창업자 투자자 모순과 공생의 진실

“투자자는 돈에 영혼을 판 사람들이고 창업자는 말만 그럴듯한 사기꾼이다.” 라는 냉혹하면서도 날카로운 경구는 신간 『창업자와 투자자』(전석우·투잘 지음, 파지트 펴냄)에서 발췌되었다. 이 책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서로 불신하고 갈등하면서도 반드시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모순의 관계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투자자와 창업자의 역학 구조를 정면에서 조명하는 이 도서는 스타트업 판에서 벌어지는 진실과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창업자는 왜 사기꾼으로 불리는가?

창업자가 종종 ‘말만 그럴듯한 사기꾼’으로 취급받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다수 창업자는 자신이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 미래를 파는 사람들이다.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부터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MVP(최소 기능 제품)조차 없이 타인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획기적이고 돈이 될 것인지에 대해 과장된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현실보다 한발 앞선 미래를 “확신”하는 듯 말해야 하고, 때론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생생한 꿈을 현실이라고 믿게 해야 한다.
자금도, 인력도, 시장에서의 입지도 부족한 창업자는 스스로의 가능성과 집착만으로 누구보다 단단한 사실처럼 자신을 포장해야만 한다. 문제는 이들의 이러한 태도가 때로는 완전한 허위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창업자들은 고의가 아니라 해도, 생존을 위해 현실을 약간 ‘미래지향적으로’ 가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은 종종 투자자로부터는 근본이 불확실한 ‘사기꾼’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창업자의 '과장'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사실상 이 과장된 비전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 현실에만 매몰된 설명이라면 결코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아이디어가 성공해 회사를 초고속으로 성장시키는 사례는 결국 이들과 같은 ‘사기꾼’들이 이끄는 경우가 많다는 아이러니 속에 있다.
즉, 창업자가 왜 허황된 그림을 그리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는 이들을 무턱대고 비난하기보다 그들의 동기와 생존 전략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결국 사기꾼이라 불리는 그들의 과장은 시장의 신념과 투자금이라는 자양분을 끌어내는 묘한 기술이기도 하다.

투자자는 정말 영혼을 판 사람일까?

책 『창업자와 투자자』에서는 투자자를 “돈에 영혼을 판 사람”으로 묘사한다. 이 표현은 투자자의 냉정하고 계산적인 속성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투자자는 본질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며, 그들의 관심은 스타트업의 이념이나 창업자의 꿈보다는 오로지 수익 가능성과 회수에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창업자들의 열정적인 비전은 투자자의 필터를 통해 숫자로 환산되고, 잠재 수익률로 평가받는다.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수익은 크되 손실은 제한적인 투자를 선호하며, 때로는 창업자의 경영권에까지 관여하려 들기도 한다. 지분율, 옵션 계약, 우선주 조건 등에서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단을 세팅한다. 이처럼 철저하게 계산된 판단 뒤에는 정량적 분석, 시장 반응 예측, 팀의 역량 진단 등 수많은 ‘영혼 없는’ 기준이 따른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감성과 열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한 수익 판단을 내리는 투자자의 존재는 창업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을 현실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들은 필요할 때 따끔한 피드백과 현실적 조언을 제공하며, 사업을 감정 대신 데이터로 이끌도록 도와준다. 곧바로 폐업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을 찾는 데 이들의 노하우는 실로 귀중하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자칫 과도한 낙관에 빠져 수익성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무너지는데, 이때 투자자가 자본과 더불어 가져온 ‘현실의 눈’은 경영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는 실질적 조언이 된다. 또한 많은 경우 투자자는 단순히 돈만 투입하는 존재가 아니라, 네트워크, 전략 자문,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 등 중요한 조력자 역할까지 수행한다. 영혼을 판 존재라기보다는, 대가를 받고 리스크를 함께 지는 동업자에 가깝다.

공생의 진실: 갈등 속에서 함께 가는 길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관계는 겉으로 볼 때 끝없는 갈등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실상은 공생을 전제하지 않으면 성립조차 하지 않는 독특한 편대체계이다. 창업자는 자본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고, 투자자는 비전 없이는 단 한 푼도 벌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이 간극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오히려 양쪽 모두를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창업자는 자신의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투자자의 자금과 전략적 조언을 필요로 한다. 투자자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창업자의 실행력과 미래 예측 가능성을 끌어내야 한다. 이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구조 안에서 오고 가는 수많은 협상의 과정은 때로 갈등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공통의 목표인 '성장'을 향한 과정이다.
공생은 단순히 이익의 나눔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상호작용이며,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밑거름이다. 창업자의 무모함은 투자자와의 접점을 통해 균형을 찾으며, 투자자의 냉정함은 창업자의 열정과 비전 안에서 방향을 얻는다.
결국 이 관계는 자주 충돌하고, 때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 듯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를 강화시키고 성장의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서로를 불신하면서도 떨어질 수 없는 구조 안에서 이뤄지는 공감과 갈등의 반복은, 창업자와 투자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성장시킨다.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공생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포인트이다. 창업자가 비전을 그리며 나아갈 때, 그 곁에서 투자자는 현실을 쥐고 놓지 않는다. 이처럼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끌어올리는 존재들이 함께이기에 시장은 움직이고, 혁신은 현실이 된다.

진정한 협업의 의미를 되새기며

책 『창업자와 투자자』는 날 선 문장들 속에 스타트업 세계의 냉정한 현실과, 그 속에서 보이는 상호 의존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창업자는 자신의 미래 비전을 팔기 위한 전사이며, 투자자는 수익을 위해 가장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전략가이다. 이들이 서로를 오해한 채 갈등할 수도 있지만, 결국 함께 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관계임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창업자와 투자자의 관계를 단순한 자금 주고받기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이는 함께 세계를 바꾸기 위한 장기전 파트너십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다음 단계로, 예비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이 책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건강한 파트너십을 어떻게 세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길 권한다. 유기적이고 전략적인 협업은 단순한 수익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진정한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