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리꾼 왕윤정 김율희의 흥보가

국립창극단이 기획한 판소리 프로젝트 ‘절창’에 떠오르는 두 여성 소리꾼, 왕윤정과 김율희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흥보가’를 100분으로 압축해 새롭게 구성해 선보인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젊은 소리꾼들의 참신한 해석이 기대를 모은다.

왕윤정의 담백하고 힘 있는 흥보가 해석

왕윤정은 최근 판소리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소리꾼으로, 탄탄한 성음을 바탕으로 한 정통 판소리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번 ‘절창’ 프로젝트에서 그녀가 맡은 ‘흥보가’는 전통의 미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인에게 친숙한 감성을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왕윤정은 특히 담백하고 힘 있는 창을 통해 흥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와 서민적 정서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흥보가 지닌 서사의 깊이와 함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그녀의 무대는 섬세한 감정선 조절과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며, 전통 판소리의 미묘한 어법과 리듬을 실감나게 구현한다. 흥보의 빈곤과 고난, 형제 관계에서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행운을 맞는 일련의 과정이 그녀의 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난다. 왕윤정은 이러한 전개를 통해 판소리의 고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관객층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고유한 해석을 완성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극의 완급조절에 탁월하여, 슬픈 대목에서는 감정을 절제하고 웃음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익살스럽게 변주한다. 이러한 창법은 기존의 ‘흥보가’ 공연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선사하며, 국립창극단의 새 프로젝트 ‘절창’의 색다른 흥보가를 책임지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왕윤정의 탁월한 음악성과 연기력은 판소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전통음악의 재미를 충분히 전달할 것이다.

김율희의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흥보가 구성

김율희는 국립창극단의 젊은 소리꾼 중에서도 최근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현대적 감수성을 판소리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절창’ 프로젝트에서 그녀는 다섯 바탕 중 ‘흥보가’를 100분으로 축소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전통적인 장단과 창법은 유지하면서도, 핵심 장면 중심의 빠른 전개와 연출로 현대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김율희의 무대는 철저하게 스토리 중심으로 짜여져 있으며, 극 중 음악과 움직임, 그리고 조명까지 결합해 복합적인 무대 미학을 구현한다. 특히 그녀의 음색은 맑고 선명하여, 흥보가의 감정선을 더욱 섬세하게 전달한다. 흥보가 처한 현실과 그에 따른 내면의 갈등이 소리와 표정, 몸짓을 통해 더욱 친밀하게 관객에게 다가온다.
김율희는 ‘절창’에서 창자의 정서뿐 아니라 극의 분위기 변화를 창을 통해 유연하게 표현하며,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 판소리라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그녀의 해석은 고전 판소리의 문학성을 살리는 동시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보다 입체적인 무대로 완성된다. 특히 대목 간 전환이 빠르고 유기적이며, 전통에 대한 예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간다.

흥보가의 서사를 압축한 절창만의 아름다움

‘절창’ 프로젝트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흥보가의 서사를 단 100분으로 응축시키며, 관객들에게 판소리의 정수만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통적으로 긴 서사 구조를 가진 흥보가는 완창 시 약 네 시간에 달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핵심적인 줄거리와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압도적인 서사 압축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재구성은 단순히 줄이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연출적 시도와 음향적 접근을 통해 기존 판소리와는 차별화된 미적 체계를 보여준다. 절창만의 구성 방식은 서사의 핵심을 도드라지게 하며, 또한 모티브의 불필요한 반복을 줄이고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흥보가를 대표하는 장면인 ‘제비 다리 고쳐주기’, ‘화초장 타령’, ‘흥보가 복을 받는 대목’ 등이 중심축으로 배치되어 빠른 전개와 동시에 감동을 전달한다.
절창의 접근 방식은 전통 판소리가 반드시 길고 무거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현대 공연 예술의 흐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예술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특히 젊은 층과 판소리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판소리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전달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왕윤정과 김율희 두 소리꾼의 상반된 스타일과 조화를 통해 절창은 흥보가 재해석에 있어 기념비적인 시도로 남을 것이다.

결론

국립창극단의 프로젝트 ‘절창’은 왕윤정과 김율희라는 두 유망한 젊은 소리꾼을 중심으로, 판소리 ‘흥보가’를 100분으로 압축해 선보이는 창의적이고도 도전적인 공연이다. 왕윤정의 전통미 넘치는 창과 김율희의 현대적 감각이 더해져, 고전과 현대, 정통과 실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무대를 탄생시켰다.
이번 ‘절창’을 통해 판소리의 본질적 가치는 지키되, 현대적 구성과 연출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예술 콘텐츠로 재탄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앞으로 국립창극단이 이어갈 다양한 프로젝트에도 많은 기대가 모이며, 이러한 시도들이 우리 전통예술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절창’의 다른 다섯 바탕 구성 공연이나, 젊은 소리꾼들의 협업 무대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된 판소리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더 자주, 더 친밀하게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