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 미디어 작품

2024년 '아트 오앤오(ART OnO)'에서는 기존 아트페어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창적인 매체와 장르의 예술작품들이 공개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회화, 드로잉은 물론 조각,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장르가 어우러지며 색다른 예술 경험을 선사했다. 이번 행사는 전통적인 예술을 넘어 현대예술의 가능성을 조명하며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줬다.

감정을 직조한 색과 선, 회화와 드로잉의 조화

이번 아트 오앤오에서는 정제된 회화 작품과 자유로운 드로잉이 나란히 전시되며, 각기 다른 작가들의 미적 코드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점은 일부 회화 작품에서 빛의 투과나 질감의 차이에 따라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듯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유화뿐만 아니라 아크릴과 혼합재료를 활용한 실험적인 표현기법들도 다수 선보여졌으며, 이에 따라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한껏 열어 보여주었다.

드로잉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내면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업들이 많았다. 간결한 선 안에 응축된 감정과 사유의 흐름은 단순한 형식적 접근을 넘어 일종의 시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특히, 연필과 먹이라는 제한된 매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감성의 스펙트럼을 이끌어낸 작가들이 많았으며, 이는 오히려 기존 드로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일부 젊은 작가들은 낙서 같은 이미지와 키치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현대 시각문화와의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이 역시 회화와 드로잉이 단순한 벽에 걸리는 오브제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적 담론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의미하였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아트 오앤오의 회화 및 드로잉 부문은 기술적 성취뿐 아니라 내면적 서사를 접할 수 있는, 감성적 깊이를 지닌 전시였다.

특히 세밀한 묘사력과 감각적인 색채운용을 통해 이목을 끌었던 회화 작품들, 그리고 마치 일기장이 펼쳐진 듯한 자유롭고 즉흥적인 드로잉들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창작의 모순과 진실을 동시에 마주하게 만들었다. 이는 단편적인 감상 그 이상으로, 관람자와 작품 사이에 깊은 정서적 연결을 유도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했다.

공간을 점령한 상상력, 조각과 설치의 만남

이번 전시의 백미 중 하나는 물리적인 공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조각과 설치 작품들이었다. 다양한 재료로 구현된 조각작품들은 단단하거나 유연하거나 하는 물성의 속성을 통해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적인 상상력을 자극했다. 일부 작품은 금속과 대리석처럼 차가운 재질이었고, 또 다른 일부는 나무, 유리, 천 등 유기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를 시사했다.

조각 부문에서 두드러졌던 점은 인간 형상이나 구체적인 사물 표현보다는 환상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주류를 이뤘다는 점이다. 이는 조각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다층적 해석이 가능한 조형언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 작가는 철근과 유리 파편을 결합해 도시의 무질서함을 표현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조각이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매체로 기능함을 드러냈다.

설치 작품의 경우, 전시장의 내부 환경이나 관람자의 동선을 고려해 배치된 점이 인상 깊었다. 천장에서 매달린 섬유 조각이 대형 공간을 차지하며 오감을 자극하거나,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빛의 반응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설치 미술은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또한, 공간 전체를 퍼포먼스 장소로 만드는 시도도 있었는데, 이처럼 설치미술은 시간, 공간, 관람객과의 관계를 동시적으로 고려하는 복합 예술로 거듭났다.

조각과 설치는 본래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때로는 관람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며 몰입감을 조성했다. 이는 전통적인 ‘전시장 관람’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관람객이 작품을 ‘경험’하도록 유도한 진일보한 연출이었다. 다양한 감각을 동원해야 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이 시각을 넘어 신체적, 심리적 체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현대기술과 감성이 만나는 지점, 영상과 미디어 작품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아트 오앤오에서는 영상 및 미디어아트의 실험적인 접근이 돋보였다. 특히 다양한 영상 작업에서 특징적이었던 것은 서사 전개의 방식이고, 대부분이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유지하기보다 비선형적, 파편적인 서술 방식을 택했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직접 해석과 감상을 습득하게 만들며, 파편적인 이미지와 소리의 조합이 새로운 감각의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구조였다.

영상 작업은 종종 감정을 시각화하고 청각화하는 매체로서 사용되었다. 빛과 소리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감상자는 시간의 흐름과 인간 감정의 변화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 또한 일부 작품은 다채널 영상 설치 형태로, 공간 전체를 감싸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으므로 관객이 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 효과를 주기도 했다.

미디어아트의 경우에는 AI, 증강현실(AR), 센서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관람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스크린, 데이터를 시각화한 디지털 조형물 등은 과학기술이 예술의 표현 영역을 어떻게 넓혀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일례로, 한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의 심박수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색채와 형태가 변화하는 설치물이었는데, 이는 관람자와 작품 간의 새로운 상호작용 지점을 보여줬다.

이와 같은 영상 및 미디어 작품은 기술이 일방적으로 예술을 작동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과 사유의 도구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특히 Z세대를 포함한 젊은 관람자층에게 기존의 ‘어려운 미술’과는 다른, 더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의 형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디지털 기술이 구현해내는 무한한 예술적 가능성은 향후 현대미술의 중심축으로 더욱 발전해나갈 것이다.

결말 및 다음 방향

이번 2024년 '아트 오앤오(ART OnO)'는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 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 장르와 매체가 공존하며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예술적 흐름을 만들어냈다. 작가들은 감정, 공간,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면서 관람객에게 감동과 사유의 기회를 제공했다.

앞으로 아트 오앤오와 같은 현대미술 플랫폼은 더 많은 매체 융합을 시도하며, 관객과의 교감 방식에 다채로운 해석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우리는 예술작품을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시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전시와 창작활동에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해당 전시에 관심이 많았다면, 향후 지역별 순회 전시 혹은 참여 작가들의 개인전 일정도 놓치지 말고 확인해보자. 새로운 시각을 자극하는 경험이 계속될 것이다.